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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자리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벚꽃을 보다

by WindSeat 2018. 4. 20.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 벚꽃철이라고 해서 명소를 찾아 다니며 꽃놀이를 즐기는 성격도 아니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유난히 심해서 였을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데 예상치 않게도 흩날리는 벚꽃이 왠지 무척이나 보고 싶어 졌다. 그 길로 아이들과 함께 용인 호암미술관으로 향했다.


호암미술관 폐관시간을 한시간 남겨둔 시점이었지만, 미술관에는 별관심 없고 벚꽃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로 산책로는 아직도 붐비고 있었다. 미술관 주변 저 멀리 줄지어 선 차들 끄트머리에 한자리 주차하고는 바로 꽃구경에 합류했다.


비록 날씨가 흐려 필터를 써야 분홍 분홍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안 갔으면 후회했으리라 싶을 정도로 벚꽃은 아름다웠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들끼리, 그 끼리 사이로 흩날리는 꽃잎을 잠시 보고 서 있었다.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흩뿌려지는 느낌이라도 들었는지 한순간 후련함이 느껴졌다. 여기저기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굳은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나이가 들어 가니 감수성이 예민해 지는 모양이다.


날리는 벚꽃잎을 손으로 잡아내면 행운이 온다는 딸아이 주장에, 둔한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팔을 내뻗었다. 촘촘히 붙은 사람들 사이로 팔을 내미는 것도 어렵긴 했지만, 나 잡아봐라 삘로 요리조리 팔랑 거리며 나리는 꽃잎을 잡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용캐도 두어개 잡아 낸 딸아이에게 하나는 아빠 달라고 꼬셨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야박한 인심에 입을 쭉 내밀어 줬다. 


꽃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와 겉옷을 벗다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옷에 달린 후드 안에 그리도 잡아 보려 했던 벚꽃잎이 어느 참이었는지 서너개가 얌전히 들어앉아 있었다.


그렇게 애써 잡아 보려 조바심 낼 때는 손가락 사이 사이로 잘도 빠져 나가더니, 늘 그렇듯 행운은 예상치 않은 순간에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곁에 다가오는 모양이다. 어깨에 힘 빼고 꾸준히 자리 지키고 있다 보면 언젠가 내 품안에도 행운이 깃들겠지. 그 날을 기대하며 흐린 마음에서 스트레스를 걷어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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