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부 차를 얻어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문득 생각 난 듯 부인에게 말했다.
"엄마가 주말에 오라셔."
"왜?"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오랜만에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시던데. 얼굴 본 지 오래 되었다고. 주말에 시집살이 좀 해야겠네."
"시집살이라고 하면 슬퍼지니까 '며느리 놀이'라고 해줘."
'며느리 놀이'라, 표현이 재밌다 싶었다. 고부간의 갈등을 떠올리게 하는 '시집살이' 대신 선택한 간단한 두단어가 순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늘 있는 긴장감을 와해 시켜 버리는 느낌이었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고도 했고. 사용하는 말의 명암에 따라 인간관계의 결말이 달라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의 명암은 평소 자신의 생활에 자리잡고 있던 마음의 명암에 따라 자연스레 결정되는 것이리라.
밝은 단어를 선택해 준 덕에 듣는 사람의 마음도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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