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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자리

부럽기도 하고 배알이 뒤틀리기도 했으나

by WindSeat 2018. 4. 8.

인맥이 옅은 편이다. 10년 넘게 사업을 영위해 왔지만 돈에 엮여서 만나는 사람들을 마음에 품지는 않았다. 비즈니스 관계라 할지라도 나라는 인간 자체가 좋아서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 하고만 가끔 얼굴 보며 지내고 있다.


몇명 안 되는 인맥이지만 소위 말해 한자리 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내 사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아니다. 국내 굴지의 카드회사 상무, 잘 나가는 IT기업 대표이사, 대학교수, 고위직 공무원, 방송사 부장, 비례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국회의원 등 어쩌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정도라 인맥이라 부르기도 뭐하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니 아는 사람인 건 맞겠지.


불황의 그늘이 짙어 가면서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 대우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건 사실이다. 솔직히 많이 부럽다. 지금의 내 모습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내가 지닌 능력과 노력의 결과물이라 꿀릴 것 없다 생각은 하지만 비교적 초라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래서 창업을 선택했다. 외환위기도 금융위기도 나와는 관련이 없었다. 사업은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확장하는 중에 있었고 자금 사정도 원할했고 많은 수익은 아니더라도 넉넉했다.


욕심과 자만이 화근이었다. 성공의 딜레마라고 하던가, 초기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하다가 트렌드를 놓쳤다. 인센티브가 사람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 믿었지만 맹신이었다. 작은 성공에 교만하기도 했고 솔직히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모양이다.


며칠 전 거래처 사장이 왔다. 번쩍번쩍 하는 벤츠를 끌고 왔다.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지만, 배알이 꼴렸다. 몇년전 미끄러지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내 차도 벤츠였을텐데 싶은 생각이 하루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내려놓을 것을 많이 내려놓은 줄 알았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물욕대신 스스로의 모습에 자족할 줄 알게 되었다 생각했다. 예전엔 이랬었는데 하는 자존감 상실의 굴레에서도 탈출한 줄 알았다.


하는 일에 비해 인맥이 옅은 건 아마도 내가 지닌 자존감도 옅기 때문인 것 같다. 손에 쥘 수 있는 물질과 눈으로 훑을 수 있는 겉모습에 여전히 내 존재감을 두고 있는 모양이다.


타인과 비교한 내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겠다. 코끝에 숨이 떨어지는 날 다 놓고 가야하는 악세사리에 무게중심을 두지 말고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겠다. 내 모습 이대로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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