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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자리

각박한 세상, 나라도 손해 보며 살아야지 싶다.

by WindSeat 2018. 3. 30.

크린토피아에 맡겼던 옷을 찾아 왔다. 운동화 세탁을 맡겨 본 적은 있었는데 의류 세탁은 처음이지 싶다. 월요일 저녁에 맡겼었는데 목요일에 찾아가라고 문자가 왔으니 세탁에 3일정도 걸렸나 보다.


집 근처에 자주 이용하는 세탁소가 있다. 그럼에도 멀리 크린토피아까지 가서 옷을 맡긴 건 퇴근하는 길에 늦은 시간에도 옷을 찾아 올 수 있어서 였다. 이마트 건물에 입점되어 있어서 그런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다.


가져 갔던 건 ... 새로 산 셔츠 두벌, 몇년 입은 콤비 상의 하나, 그리고 역시 몇년 묵은 점퍼 하나. 그 점퍼는 안에 껴입는 다운점퍼가 있어서 두벌로 계산했었다. 모두 해서 다섯벌에 18,100원. 몇벌 되진 않았지만, 의뢰한 세탁물 내역과 해당 세탁 가격이 상세하게 적힌 영수증을 받아 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필 내 앞 손님이 클레임을 걸었던 모양이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여주인이 한참을 설명한 후에야 60대정도로 보이는 여손님은 그래도 뭔가 불만이 남았는지 몇마디를 쏴 붙이며 세탁물을 받아 갔다.


앞 손님이 진상을 부려 힘들만도 했는데 처음 맡겨 본다는 소리에 힘을 얻었는지 여주인은 애써 밝은 얼굴로 응대를 했다. 그런가 하면 집앞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와는 사뭇 다른 점을 볼 수 있었다. 셔츠며 점퍼를 하나 하나 펼쳐 이리저리 뒤집어 가며 실밥 올라 온 곳, 약간 헤진 곳, 지퍼 까진 곳 등, 평소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들을 하나 하나 안내 받았다.


지래 짐작한 대로, 클레임 때문이냐 물었다. 순순히, 꽤 많다는 답변을 들었다. 입을 만큼 입은 옷이라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했더니 슬쩍 옅은 미소를 보이면서도 하던 대로 접수를 받았다.


내 수고를 덜기 위해 타인에게 부탁한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 것이겠지만, 지극한 경쟁시장체제 아래서 누군가가 받아야 할 응당한 댓가에는 어쩌면 미치지 못 했는지도 모른다. 그 부족한 부분은 실수가 있어도 혹은 만족하지 못한 점이 있어도 너그러히 양해해 줄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큰 진상이 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갑에게 당한 이상으로 키우고 부풀려서 병에게 쏟아 붓다는 소리다. 나라고 속도 없는 천사표는 아니지만 연쇄 진상의 고리를 끊을 줄 아는 아량을 지녀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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