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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자리

인생은 놀이동산으로 간 소풍

by WindSeat 2018. 3. 21.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소풍'에 비유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내 비록 시인은 아니지만, 삶을 놀이동산에 비유해 보고 싶다.


어느 놀이동산이 되었든 놀이기구는 한정되어 있다. 내 사는 시대에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인기가 충만한 놀이기구의 경우에는 내 차례가 되기까지 닥치고 줄서 끝모를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짧디 짧은 내 인생의 3분의 1 남짓을 이 사회 대다수가 알아주는 직업군의 일원이 되기 위한 허울좋은 스펙들을 습득하는 것에 소모해야 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퀵패스라는 권능으로, 줄서 기다리는 나를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금수저라도 물고 나온 것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내게 주어진 보상은 그 놀이기구의 설계자가 기획했던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마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칼같이 출근하는 신입사원의 한숨처럼.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준비된 놀이기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타 봐야 본전을 뽑았다고 여긴다. 그러면 뭐하나 ... 퇴장시간이 되면 누구든 들어왔던 입구로 다시 나가야 한다.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때론 회전목마처럼 놀이동산의 진리와 마주치기도 한다. 가족, 친구, 반려자, 자녀 ... 그래, 돈놀이동산처럼 매혹적이진 않지만 언제라도 그 자리에 가면 안기어 쉴 수 있는 포근한 모여라 꿈동산이랄까.


찰라의 아찔함에 줄 서 기다리기 보다는 시시하더라도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여유로움에 내 걸음을 멈추고 싶다.


비록 줄이 길게 늘어선 이름난 놀이기구는 타 보지 못하더라도 소풍은 소풍이라서 즐거운 거니까.


인생은 그렇게 내가 타 본 놀이기구만으로도 행복한 소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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