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졌던 바램 중 하나가 글 잘 쓰는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책은 곧잘 읽기도 하고 독서 자체를 좋아했지만, 나이에 어울리는 글쓰기에는 늘 허덕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 시절 초딩스럽지 않은 성숙한 글을 쓰는 또래 여학생들을 무척 부러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대학시절에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서 외워 쓰는 답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체점자의 심금을 울리는 재주는 없었다. 특별히 남들의 시선을 끌만한 달란트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글쓰기는 내 관심에서 멀어져 간지 오래였다.
얼마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일본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는 여주인공이 틈틈히 소중한 일상의 단편을 적어 나가던 '공병문고'를 보면서 마음이 좀 동했다.
집, 회사, 회사, 집, 그리고 교회 ...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반복 가운데에서도, 살며 바라며 무언가 내가 선택한 그 찰라의 기억을 적어 두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종이 일기장이 아닌 블로그를 택했다. 어쩌면 글 쓰는데 무게를 둔다기보다 억지로라도 적어둔 글을 훗날 타인의 링크를 통해 다시 읽었을 때의 여흥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잘 쓴 글쓰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내 삶의 단편이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보물찾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그 소소한 바램을 여기 '바람자리'에 적어 보련다.
그 누군가가 내가 될 확률이 제일 크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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